두 글자 요한복음 연재(1): 배지 하나 달아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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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글자 요한복음 연재(1):
배지 하나 달아 드릴게요!
권혁정 교수(신약학 박사)
Let’s go 요한복음
복음서 중 유독 요한복음은 인기가 많은 복음서입니다. 필자가 20여 년 전 South Africa에서 유학했을 때 동료 유학생 15명 가운데 무려 13명이 요한복음을 전공했을 정도였으니까 말입니다. 이런 사랑받는 요한복음을 오늘부터 두 글자 기억법을 접목해서 재미있게 풀어보려고 합니다. 자, 그러면 바로 Let’s go!!
배지부터 달고 시작하시죠
요한복음 본문으로 직행하기 전에 먼저 여러분 가슴에 ‘배지’(Badge) 하나 달아 드릴게요. ‘배지’란 ‘배경과 지도’의 약자입니다. 책이 쓰인 배경을 먼저 알고 들어가야 그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습니다. 아울러 각 책의 전체 숲을 한눈에 보는 길 안내 지도(Road Map)까지 장착하면 금상첨화지요.
배경
예수님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제자(the beloved disciple) 요한은 예수님 승천 후인 주후 37∼48년경 주님의 육신의 모친이었던 마리아를 모시고 에베소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간 사역은 알려지지 않는데, 80년대 이후에는 에베소 부근인 소아시아 일곱 교회에서 목회를 했습니다.
이때 요한복음을 저술하게 되는데, 사도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는 유대교의 위협 때문이었습니다. 주후 70년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된 후에 유대교는 4대 종파, 즉 바리새파, 사두개파, 엣센파, 열심당 중에 바리새파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온건파인 힐렐파(Hillel Schools)가 후기 유대교 개혁운동을 주도했습니다. 이들은 안으로는 개혁을 부르짖었지만, 밖으로는 폐쇄적이고 반 기독교적인 운동을 전개했습니다.
유대교와 기독교가 첨예하게 대립하게 된 것은 두 가지 이슈 때문이었습니다. 첫째는 교리의 문제였습니다. 특히, 신론의 차이로 인해 문제가 생겼습니다. 유대교는 유일신론을 주창합니다. 오직 여호와 하나님만을 신(God)으로 숭배합니다. 하지만 기독교에는 유일신론 외에도 삼위일체 사상이 있습니다. 예수님 또한 하나님이십니다. 유대교에서는 이를 신성모독이요 이단 사설로 매도했습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경제·사회적 문제였습니다. 사도행전에도 언급되듯이, 유대교의 회당에는 로마의 백부장 고넬료와 같은 하나님 경외자(God’s Fearers)라는 이방인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보다 고상한 윤리를 지닌 유대교를 흠모하여 회당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하지만 유대교에서 이들은 정식 회원이 아닌 주변 인물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눈칫밥을 먹으면서 곁불을 쬐고 있던 찰나 유대교보다 더 높은 도덕성을 지닌 교회가 등장한 것입니다.
게다가, 교회에서는 이들을 동등하게 대우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이들이 하나둘씩 회당(시나고그)을 떠나 교회(에클레시아)로 옮겨가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헌금도 많이 하고 박해 시에는 지배 계층인 로마인으로 회당을 보호해 줬던 이 하나님 경외자들의 대거 이탈, 이것이 유대교가 기독교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며 핍박했던 보다 근본적인 이유였습니다.
이들이 예수의 신성(神性)을 부정하고 교회 공동체를 핍박하며 기독교를 맹공격하자 이를 반격하기 위해 사도는 요한복음을 쓰게 된 것입니다.
지도
성경을 읽을 때 첫 장을 특히 주목해야 합니다. 첫 장에 그 책 전체를 끌고 나가는 길 안내 지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성경이 기록될 당시 양피지(즉, 종이) 값이 비싸서 저자들은 일단 책의 서두에 로드 맵 혹은 주제를 제시했습니다.
요한복음의 저자 또한 이러한 글쓰기 관습에 따라 첫 장에 지도를 소개합니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1:1). 여기 보면 ‘말씀’이 나오는데, 1장의 타이틀이기도 한 이 ‘말씀’의 정체가 무엇인지 14절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거기 보면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라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이 말씀은 ‘성육신하신 예수님’을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1:1을 통해 요한은 “말씀이신 예수님이 하나님이시다.” 이런 주장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이게 요한복음 전체를 이끌어 나가는 로드 맵입니다.
예수님의 신성을 부정하는 유대교에 대해 사도 요한은 “예수님이 하나님이시다” 이렇게 일성을 토하면서 자신의 복음서의 문을 엽니다. 그리고 이것을 독자들이 잊어버릴까 봐 결론 부분에서 다시 한번 사도 도마의 입을 빌려 부활하신 예수님을 “나의 주 나의 하나님”이라고 고백하게 합니다(20:28). 이렇게 자신의 복음서의 시작과 끝부분에 같은 단어를 반복 사용해서 ‘예수님의 하나님 되심’을 독자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입니다.
( 본 칼럼은 아래 책 “두 글자로 풀어내는 복음서와 사도행전”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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