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과 담즙의 시간을 지나, 다시 아침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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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완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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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설 연휴를 기억합니다. 

모두가 가족의 온기를 나누던 그때, 저는 차가운 책상 머리에 앉아 영생교회 정요셉 목사의 이단성에 대한 5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보고서를 썼었습니다. 

교회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에 펜을 들었지만, 한 문장 한 문장을 써 내려갈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무너져 내렸던 이유는

이 글을 다 쓰는 순간,  내 결혼식의 축복이 깃들어 있고 평생의 신앙의 고향이었던 영생교회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저를 엄습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곳을 지키기 위해, 그곳을 떠날 준비를 해야 했던 그 역설적인 슬픔을 누가 알까요.


일 년이 지난 이번 설 연휴인 오늘도 저는 다시 서류 뭉치와 씨름하고 있습니다. 

명백한 이단적 설교에 '권면'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고도 평결문조차 내주지 않는 감리교단 본부, 

그리고 그 "권면" 평결조차 무시하며 시정의 의지가 없는 영생교회 정요셉 목사와 장로들, 그리고 호남연회의 모습에 의분이 일어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영생교회 장로에게 보낼 내용증명서를 다듬고, 감리교 본부 감사위원장에게 보낼 감사신청서를 작성하며 솟구치는 의분(義憤)을 억눌러 봅니다. 

하지만 그 단단한 활자들 사이로 자꾸만 영생교회의 찬송 소리와 성도들의 얼굴이 아련하게 떠올라 결국 눈물을 쏟고 맙니다. 

미련일까요, 아니면 차마 다 끊어내지 못한 지독한 그리움일까요.

이런 것을 애증(ambivalence)이라고 하나 봅니다.


예레미야는 예루살렘의 멸망을 보며 자신의 고난을 '쑥과 담즙'이라 노래했습니다. 

저 역시 지난 2년, 아니 이제는 3년. 담즙을 씹는 듯한 쓰디쓴 시간들을 지나왔습니다. 

예레미야가 그 고통의 끝에서 하나님의 인자와 긍휼을 보았듯이, 저 또한 이 어두운 터널의 끝에서 공의의 빛을 기다립니다.

"이것들이 아침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하심이 크시도소이다." (렘애 3:23)


교회를 무너뜨리려는 자들은 권력과 인맥으로 진실을 덮으려 하지만, 

하나님은 아침마다 새로운 해를 띄우듯 진리를 밝히실 것을 믿습니다. 

비록 몸은 떠나왔으나, 제가 사랑했던 교회가 다시 복음의 터전으로 바로 서는 그날까지 

저는 이런 일을 멈출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잠 못 이루는 이 밤, 저는 무너진 성벽을 재건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다시 펜을 잡습니다.

이하는 1년 전에 제가 페이스북에 썻던 글입니다.


-정든 교회를 떠나며-
(내 고초와 재난을 기억하소서)
내 고초와 재난 곧 쑥과 담즙을 기억하소서
내 마음이 그것을 기억하고 내가 낙심이 되오나
이것을 내가 내 마음에 담아 두었더니 그것이 오히려 나의 소망이 되었사옴은
여호와의 인자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이다
이것들이 아침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하심이 크시도소이다(예레미아애가 3장 19-23)

예레미야애가 3장 19절에서 23절은 예레미야가 극심한 고난과 슬픔 속에서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무시하다가 바벨론에 의해 예루살렘이 함락되고 성전이 파괴된 후, 이스라엘 백성의 비참한 상황과 고통을 예레미야는 슬프게 노래한다.
예레미야는 이 애가에서 자신의 고난과 고통을 쓰디 쓴 쑥과 담즙에 비유하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낙심하고 있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레미야는 하나님의 인자하심과 긍휼하심을 기억하며, 아침마다 해가 떠 오르듯이 새롭게 부어주시는 하나님이 주시는 소망을 다시 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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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 여 동안 교회에서 겪은 고통과 번민들을 돌이켜 보면, 나는 참으로 쓰리고 괴로운 시간들을 견디며 지나 왔다.
어둡고 침울한 터널 속을 지나면 밝고 새로운 내일이 오리라 기대했지만, 절망의 터널은 가도 가도 끝이 없었다.

내가 사랑하는 이 교회여.
나는 이 교회 예배당에서 아내와 결혼식을 올렸고, 결혼 후부터는 지금까지 한 번도 이 교회를 떠난 적이 없었다.
이 교회는 내게 신앙의 터전이자 영적인 가족이었고, 함께 믿음의 길을 걸어가는 동반자들이 있던 곳이었다.

그러나 2년 전에 새로운 목사님이 위임 목사로 청빙이 되면서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 목사님이 오셔서 갑자기 사순절의 시작은 재의 수요일부터라고 하시면서 재를 태워서 성도의 손등에 십자가를 긋는 의식을 했다.
나는 이것이 기독교를 가장한 무속적인 행사이며, 카톨릭에서나 하는 행사이지 교회에서 할 행사가 아니라고 말씀드렸다.

목사님은 사순절 시작 즈음에는 생태신학적인 설교를 하셨다.
그리고 사순절 기간에 탄소금식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전 교인을 대상으로 카톡으로 사순절에 실천할 탄소 금식 내용을 날마다 보냈다.
나는 생태신학이란 것은 WCC 8차 총회에서 내세운 “JPIC”(Justice, Peace and Integrity of Creation)에 따르기 위해 좌파들이 주장하는 신학임을 목사님께 말씀드렸고, 이는 예수님이 이뤄주시는 천년왕국 같은 유토피아를 사람의 힘으로 이뤄보려고 하는 공산주의 사상임을 말씀드렸다.
더구나 탄소금식 캠페인을 후원하는 단체는 "한빛누리"라는 곳인데, 이 단체는 기윤실, 기청아, 성서한국, 교개연 등을 지원하는 좌파 단체이므로 절대로 주의해야 함을 말씀드렸다.

그 외에도 목사님은 관상기도가 기도 중에서 최상의 기도라고 하였고, 터키에 지진이 났을 때에는 이런 어려움을 겪는 곳에서는 성령이 임한다고 설교를 하기도 했다.
아니, 전 국민의 90%가 이슬람 신도들인데, 이슬람 국가에 지진이 나서 사람들이 고통받으니 성령이 임한다고 설교를 하다니, 참으로 어불성설이었다.
설교 시간에 신영복이 쓴 책을 인용하는가 하면, 유진 피터슨과 그의 책을 인용하기도 하고, 천국과 지옥의 실존을 믿지 않는 김학철 교수를 강사로 세우려 하는 등등....이루 말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렇게 목사님의 잘못된 설교, 설교 시간에 부적절한 인물과 책을 인용, 이단적인 사람을 강사로 세움, 잘못된 성령론, 세계 성찬주일을 지켜서 카톨릭과 일치되려 함, 열린성찬 등등의 문제가 생길 때마다 나는 목사님들과 장로님들에게 카톡을 보내기도 하고 항의를 하기도 하면서 교회를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나가는 모습에 대해 우려를 쏟아 냈다. 그러자 목사는 내 카톡을 차단하고, 장로는 대표 기도 시간에 나를 저주하는 기도를 하여 내게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그 후 당사자 장로님이 내게 사과를 했다)
그래도 나는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어떻게든 남아서 교회를 바로 세우려 노력했지만, 지난 10월 첫 째 주일 예배 시간에, 앞으로 세계 성찬주일을 계속 지키겠노라고 선언하는 담임 목사님을 보고, 이제는 교회를 떠나야겠다고 결심하였다.

더구나 이번 감리교 총회에서 이철 감독회장이 NCCK WCC탈퇴안을 자기 마음대로 무시해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그럼에도 감리교 목사들이 이에 대해 별로 이의를 제기하지도 않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감리교는 희망이 없다는 생각 마저 들었다.

예루살렘이 무너지고 성전이 파괴되어 하나님이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을 쑥과 담즙으로 표현한 예레미야처럼, 사랑하는 교회가 복음을 왜곡하는 자유주의 목사와 분별없는 장로들에 의해 무너져 가는 것을 보면서 나는 담즙을 씹은 듯이 마음이 무거워진 채로 기도하며 하나님께 나아갔지만, 나의 기도는 마치 허공을 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교회가 진정한 복음의 터전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은 나에게 커다란 슬픔이자 고통이었다.
그러나 "여호와의 인자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이다." 라는 마지막 구절을 다시 고백하면서 하나님께서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시며, 아침마다 새로운 성실함으로 함께하신다는 약속을 다시 상기하게 된다.
나는 이제 감리교를 떠나 장로교로 옮겨서 새로운 신앙의 여정을 이어 가기로 결단하였다.
여전히 마음이 아프고, 여전히 지나온 시간들이 아쉽고 쓰라리지만, 이 고난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인자하심과 긍휼하심을 기억하며, 다시 한번 내 영혼의 소망을 새롭게 하시는 은혜를 부어 주시기를 믿고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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