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글자 요한복음 연재(17): 신앙의 몇 기에 머물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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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글자 요한복음 연재(17):
신앙의 몇 기에 머물고 계신가요?
권혁정 교수
니고데모는 요한복음에만 세 번 등장합니다. 3장에서 중생 문답을 할 때 한 번 등장하고, 7장에서 예수님을 변호할 때 한 번 나옵니다. 그리고 19장에 주님의 시신을 장사할 때 또 한 번 등장합니다. 이 세 번 등장하는 니고데모를 통해서 그의 신앙에는 세 가지 단계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요한복음 3장은 니고데모 신앙의 제1기(期)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그는 유월절에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행하신 이적을 보고 믿는 불안정한 믿음의 소유자였습니다. 대개 처음 신앙 생활을 할 때는 믿음이 연약하여 증거를 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 또한 초신자 때 그랬습니다. 목사님은 늘 입에 허연 거품을 물고(?) “하나님은 살아계시며, 예수님께서는 우리들의 죄 때문에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고,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셨다”고 말씀하셨지만 잘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 번은 친구와 함께 어느 기도원에 올라가서 하나님께서 정말로 살아계시다면 ‘나 여기 이렇게 버젓이 살아있노라’고 음성을 좀 들려달라고 부르짖으며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정성이 부족했던 탓인지 어떠한 미세한 목소리조차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허탈한 마음을 부여잡고 하산했습니다.
그 후 예배와 성경 공부를 통해 꾸준히 말씀을 들으면서 가랑비에 옷 젖듯이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있는 사이에 저의 심령에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하나님의 말씀이 믿어지고, 하나님께서 분명히 살아계시며, 예수님께서 나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음성은 너무도 가까이 있었습니다. 성경 말씀이 바로 살아계신 하나님의 ‘육성 녹음테이프’였습니다.
이제 더 이상 눈에 보이는 증거는 필요 없습니다. 너무도 분명한 증거가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있었건만 어리석게도 그것을 깨닫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하나님 말씀인 성경 하나로는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믿음 없는 유대 지도자들처럼 눈에 보이는 증거를 요구했던 것이었습니다. 니고데모도 처음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요한복음 7장은 니고데모가 신앙의 제2기(期) 상태에 접어든 모습을 보여줍니다. 초막절에 아랫사람들을 풀어서 죄 없으신 예수님을 잡아오라고 대제사장과 바리새인들이 명령을 내렸는데 부하들이 빈손으로 와서는 “그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말한 사람은 이때까지 없었나이다”라고 하자, 흥분한 바리새인들은 “너희도 미혹되었느냐 당국자들이나 바리새인 중에 그를 믿는 자가 있느냐 율법을 알지 못하는 이 무리는 저주를 받은 자로다”라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7:47-48).
이런 살벌한 상황에서 아무도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고 숨을 죽이고 있는데 동료 바리새인 중의 한 사람이 과감히 나서서 따져 물었습니다. 그가 바로 전에 예수님께 왔던 ‘니고데모’였습니다(7:50).
니고데모는 “우리 율법은 사람의 말을 듣고 그 행한 것을 알기 전에 심판하느냐?”고 동료들에게 항의했습니다(7:51). 그러자 “너도 갈릴리에서 왔느냐? 찾아보라 갈릴리에서는 선지자가 나지 못하느니라”고 핀잔을 들었습니다(7:52).
남의 눈을 의식해서 밤에, 그것도 표적에 의지해서 예수님을 찾았던 니고데모가 이제는 동료들이 어떻게 나올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할 말은 하는 단계로 접어든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니고데모는 아직까지는 적극적으로 주를 변호하는 입장이 아닌 사도행전 5장에서 산헤드린 공회가 베드로와 요한을 없애려고 할 때 중재에 나섰던 존경 받는 바리새인 가말리엘처럼 신중론을 펴는 정도에 머물렀던 것 같습니다. 그는 여전히 익명의 그리스도인으로 남아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요한복음 19장에 등장하는 니고데모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신앙의 절정기인 제3기(期)에 접어든 상태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또 한 명의 익명의 그리스도인이었던 아리마대 요셉과 함께 예수님의 시체를 수습하여 유대인의 장례법대로 그 위에 자신이 가져온 향품을 바르고 세마포로 쌌습니다(19:39-40). 삼 년 동안 예수님의 분신(分身)이 되어 주야장천 주를 따랐던 열두 사도는 머리터럭 하나라도 보일까 봐 꼭꼭 숨어 몸 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니고데모는 과감하게 커밍 아웃(coming out)했던 것입니다.
동방정교회 전승에 따르면, 니고데모는 이후에 기독교로 개종하여 예수님을 전하다가 동료 유대인들의 손에 의해 순교 당했다고 합니다. 당신은 지금 신앙의 몇 기(期)에 머물고 계십니까?
(※ 본 칼럼은 아래 책 “두 글자로 풀어내는 복음서와 사도행전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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