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본문의 세계와 신자의 세계를 연결하기 위한 설교자의 청중 이해 (여섯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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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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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의사소통적 존재로서의 청중
앞의 연구를 통해 다음의 두 가지 사실을 확인하였다. 첫째, 설교자가 설교학적 상호본문성 관점으로 성경을 해석할 때, 그 과정을 통해 본문에 나타난 말씀 사건을 추체험할 수 있다. 둘째, 설교자가 자신의 추체험을 청중 앞에서 설교할 때 청중 역시 설교자와 같은 추체험을 할 수 있다. 이런 사실을 통해 청중은 설교자와의 관계에서 의사소통적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설교자가 청중에게 자신의 추체험을 전할 수 있는 근거와 방법에 관하여 고찰해 보자.
1) 하나님이 부여하시는 설교의 근거
인간 설교자는 무슨 근거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자격이 생기는가? 설교자는 사람의 필요성과 열심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이 친히 부여하신 권위에 의해 설교하는 것이다. 마태복음 28장 18절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은 하늘과 땅을 다스릴 권세가 자신에게 있음을 선포하셨다. 이어 19~20절에서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가지신 예수님은 사도들에게 모든 족속을 제자로 삼으라는 분부를 내리셨다. 바로 이러한 대 위임 명령에 따라 설교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가지고 하나님에 대해 설교할 권위와 의무를 부여받았다.
또한, 설교자가 설교할 때 하나님은 그 자리에 임재하여 인간 설교자와 ‘공동 설교자’가 되어 주심으로 설교자의 설교에 권위를 부여하신다. 독일의 설교학자 Rudolf Bohren은 누가복음 24장 36절의 사건을 예로 들면서 설교의 대상이신 하나님은 설교자가 설교하는 그 시간, 그 자리에 임재하여 계신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나님이 인간 설교자와 공동 설교자가 되어 주신다고 설명한다.
한편, 설교자는 보이는 청중만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청중 앞에서 설교한다. 보이지 않는 ‘그 청중’은 그 자리에 있는 어떤 청중보다 먼저 주목받기를 원하는 삼위 하나님이시다. Bohren은 설교자가 설교할 때 하나님이 첫 번째 청중이 되시기에 그 설교는 “하나님도 듣고 계시는 설교”라고 주장한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설교자가 청중 앞에서 말하는 것은, 공동 설교자이시며 첫 번째 청중이신 하나님에 의하여 정당화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나님으로부터 설교의 권위를 부여받은 설교자는 청중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할까?
2) 설교자의 청중관과 언어의 기능
사람은 누군가가 자기를 지켜본다는 사실에 영향을 받는 존재이다. 교육학자 Bruce H. Wilkinson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기대의 법칙”을 정립했다. 이 이론에서 Wilkinson은 교사가 가진 기대는 학생에게 영향을 미쳐 그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를 도출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기대의 법칙 현상은 교육 현장 만이 아니라 설교 현장에서도 적용되어 청중을 향한 설교자의 기대는 청중에게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뇌 과학자 Bruce Hood는 한 사람의 자아 인식이 주변 환경과 사람들의 시각에 의해 형성되고 인식된다고 설명한다. 후드는 이것을 <그림 2>와 같은 관계도를 통해서 설명한다. <그림 2>에서 가운데에 보이는 사각형은 둘러싼 네 개의 원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다. 만일 주변 원의 모양이 왜곡된다면 사각형의 모양도 찌그러져 보일 것이다. Hood는, 바로 이 사각형처럼 한 사람의 자아 인식이 주변 환경과 사람들의 시각에 의해 형성되고 인식된다고 설명한다. 청중의 자아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 가운데 설교자는 특히 영향력이 큰 존재이다. 왜냐하면, 설교자는 말로서 청중에게 가치관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설교자는 청중이 올바른 자아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도록 말로서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설교자가 사용하는 말은 청중과의 관계에서 어떤 능력과 중요성이 있는가? 이것은 독일의 언어철학자 Walter Benjamin의 언어관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하나님은 엿새 동안 모든 것을 말씀으로 창조하셨다. 그러나 인간은 말씀으로 만드시는 대신 직접 만드셨다. 그리고 세상을 만드실 때 사용한 그 말씀을 인간에게 방출함으로 자신의 창조성을 위임하셨다. 그렇다면 인간은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받은 그 말로써 무엇을 해야 할까? 벤야민에 의하면, 인간의 사명은 그 말로써 하나님이 만들어 놓으신 사물의 속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사람은 사물들의 속성을 파악하고 하나님이 부여하신 언어를 사용해서 사물의 이름을 부름으로 사물언어(事物言語, Language of things)를 구술언어(口述言語, Oral language)로 드러내는 존재이다.
사람이 말로 사물의 속성을 드러내고 사건의 의미를 설명하는 이 역할은 곧 설교자의 역할로 연결된다. 설교자는 말로써 하나님이 행하신 구속 역사를 규정하고 설명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청중의 눈 앞에 펼쳐지는 상황, 즉 청중의 인생을 말씀으로 규정하고 구속사와 연결해 주는 것이 설교자의 중요한 역할이다. 설교자는 청중이 경험하는 사건들의 구속사적 의미를 설명해 줌으로 청중이 구속사의 연장선에 있음을 인식하도록 할 수 있다.
이상으로 인간 설교자가 말로써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代言)하고 청중의 상황을 구속사와 연결해 줄 수 있는 근거와 자격이 무엇인지 설명하였다. 그렇다면 이제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을 위한 반전과 깨달음에 대해 생각해보자.
3) 반전의 깨달음을 통한 메시지 전달
성경은 전체가 대반전의 드라마로 이루어져 있다. 아담과 하와의 범죄로 인류가 하나님을 대적하는 비극이 시작되었으나 하나님은 메시아를 보내어 주신 것은 첫 번째 반전이다. 하지만 메시아로 오신 예수께서 십자가에 처형되어 버린 것은 아담 타락에 이은 더 큰 비극이고 절망이다. 그런데 그 죽음은 대속의 죽음이었고 예수 그리스도는 부활하심으로 승리하셨다. 부활하여 승천하신 예수님은 모든 믿는 자에게 성령을 보내어 주셔서 새 생명의 삶을 살도록 하셨다. 이처럼 성경의 구속사는 대반전의 드라마이다. 성경의 구조가 이처럼 대반전으로 구성된 것을 볼 때 효과적인 설교 메시지 전달에도 반전과 깨달음의 플롯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러티브의 흐름 속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반전과 깨달음이 발생하면 청중에게 강한 호소력이 발휘될 수 있다.
반전과 함께 일어나는 깨달음을 이끌어내는 설교 구성의 좋은 예는 Eugene Lowry의 내러티브 설교 형식에서 발견할 수 있다. 유진 로우리의 내러티브 설교형식은 ⓵Oops: 청중의 마음속에 평형감각을 무너뜨리는 서론 단계로부터 시작하여 ⓶Ugh: 모순을 심화시키는 문제점 분석 과정과 ⓷Aha: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암시하는 단계를 거쳐서 ⓸Whee: 복음을 선포하는 단계로 진행되고 ⓹Yeah: 마지막으로 복음 선포 이후의 긍정적 결과를 기대하는 단계에서 종결된다. 이 가운데 Lowry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두 번째 단계인데, 내러티브 설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문제점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과 답변을 끈질기게 추적해 들어가야 한다. 이 단계를 올바로 밟아가는 방법은 첫 번째 단계에서 제기된 문제점이나 모순의 원인에 대한 피상적인 답변을 계속해서 거부하는 것이다. 문제점에 대한 답변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막연하고 피상적인 인과율 식의 답변을 거부하다 보면 마침내 다른 대답들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거의 ‘계시 차원에서’ 얻어지는 답변에 도달하게 된다고 한다.
이상으로 설교 메시지 전달을 위한 수사적인 전략으로 반전과 깨달음이 발생할 수 있는 설교의 플롯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이제 마지막으로, 이러한 설교 플롯을 구성하기 위한 메시지는 어떻게 확보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자.
4) 해석 관점에 부합되는 설교문 작성
설교자가 설교문을 작성할 때에는 성경을 해석할 때와 동일한 관점을 사용하는 것이 설교의 교집합 모델에 부합한다. 해석과 전달에서 같은 관점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설명한 설교학적 상호본문성 관점의 성경해석을 다시 생각해보자. 설교학적 상호본문성 관점의 성경해석은 본문(text)보다 먼저 저자가 사용한 선행 자료(pre-text)를 살핀 후 그 선행 자료와 독자의 컨텍스트(context) 속에서 성경 저자가 의도하는 목표, 즉 후속 본문(post-text)을 도출해 내는 방식의 성경해석 관점이다.
성경을 해석할 때 설교학적 상호본문성 관점으로 해석하여 설교의 중심 사상을 획득한 설교자는 설교문 역시 같은 관점으로 작성해야 한다. 그렇다면 설교자는 어떻게 설교학적 상호본문성과 같은 관점의 설교문을 작성할 수 있을까? 앞서 설교학적 상호본문성 관점의 성경해석에서 네 종류의 텍스트(text)를 통해 해석하였는데 이제 설교자는 성경 본문(text)을 해석하는 해석자의 자리에서 설교문(text2)을 기록하는 저자의 자리로 옮겨 앉아야 한다.
상호본문성 관점의 설교문 작성을 위해 설교자가 사용할 수 있는 선행 자료(pre-text2)는 다음 네 가지이다. 성경 저자가 사용했던 그 선행 자료(pre-text)와 성경 저자 앞에 있던 청중의 상황(context), 성경 본문(text) 자체, 그리고 성경 저자가 의도했던 후속 본문(post- text)이 모두 설교문(text2) 작성을 위한 선행 자료(pre-text2)이다. 이제 설교자는 자기 앞에 펼쳐져 있는 각종 선행 자료(pre-text2)와 청중의 상황(context2) 및 설교자가 의도하는 설교 목적(post-text2)을 감안하여 설교문(text2)을 작성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상호본문성 관점의 설교문 작성을 도표로 표현하면 <그림 3>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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