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의 삶은 완전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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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의 삶은 완전했을까?
최광희 목사
신약 성경은 복음서와 서신서로 구별되며, 서신서는 다시 바울 서신과 공동서신으로 나뉜다. 책의 권수로 보면 27권 가운데 13권이어서 절반에 가까워 보이지만, 분량(단어 수)으로 볼 때 바울 서신은 신약의 약 24%를 차지한다. 복음서에서 예수님의 삶과 교훈을 배운 성도는 신약의 24%나 되는 바울서신을 통해 신자의 삶과 교회의 모습을 배우게 된다. 성경에 기록된 바울의 서신은 완전한 하나님의 말씀이고, 신자는 그것에 순종하기만 하면 거룩한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바울은 결혼도 하지 않았고 일생을 오직 복음 전도에 헌신했으며, 그의 신학적 깊이 또한 탁월하다. 그래서 오늘날 바울서신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바울신학’이라는 분야가 존재한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우리는 자칫 바울의 삶도 그의 서신만큼이나 완전했을 것이라고 쉽게 오해한다.
하지만 성령의 감동으로 기록된 바울의 서신이 완전하다고 해서, 바울이라는 사람 자체가 완전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는 종종 그의 위대한 글들을 읽으면서 그가 글에서 말한 이상적 신앙을 실제 삶에서도 흠 없이 실천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는 목회자의 설교를 듣는 성도들에게서도 흔히 나타나는 심리적 투영과 비슷하다.
성도들은 강단에서 선포되는 설교의 깊이를 보며, 그 설교자가 늘 신령하고 흐트러짐 없는 삶을 살 것이라 기대한다. 그러다 설교자의 지친 모습이나 사소한 실수 하나만 보아도 마음이 흔들리고 때로는 시험에 빠지기도 한다. 설교 내용의 완전함을 설교자의 인격과 삶의 완전함으로 동일시하는 데서 오는 오해이다. 설교자가 자신이 설교한 대로 살고자 부단히 애쓴다고 해도, 그 내용을 완벽하게 이루며 사는 목회자가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바울을 향한 우리의 기대도 이와 유사하다. 성경은 바울의 서신을 완전하게 보존했지만, 그의 일상은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그의 기도와 고백은 적혀 있으나 그의 인간적 실수, 짜증, 번민이 구체적으로 기록된 장면은 거의 없다. 하나님은 바울의 삶을 낱낱이 성경에 담지 않으셨고, 우리는 그의 약점을 자세히 확인할 방법이 없다. 어떤 의미에서 이것은 하나님의 지혜요 자비라도 할 수 있다. 만일 그의 연약함이 지나치게 드러났다면, 우리는 그의 신학과 사역의 권위보다 인간적 결함에 더 주목하며, 오히려 성경의 메시지를 가볍게 여길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바울이 “죄인 중의 괴수”(딤전 1:15)라고 고백했다고 해서 그가 방탕하거나 도덕적으로 타락한 삶을 살았다는 뜻은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본질적 죄성과 구원의 은혜를 누구보다 깊이 인식한 성도의 겸손한 고백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바울도 우리와 똑같이 연약한 인간이었으며 그의 삶 역시 완성된 모범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윗이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자였지만 중대한 실수를 범한 적이 있었는데, 바울 역시 실수와 연약함을 가진 사람이었을 것이다. 고린도후서에서 반복적으로 보이는 그의 ‘두려움’, ‘떨림’, ‘육체의 가시’, ‘연약함의 고백’은 그가 초인이 아니라 사람이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바울 서신의 완전함은 바울의 완전함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연약함을 통해서도 하나님의 완전한 뜻이 드러내신다. 바울의 서신이 완전한 것이 곧 그의 삶이 완전했다는 뜻이 아니라는 이 긴장은 오히려 우리에게 위로가 된다. 하나님께서 완벽한 사람을 선택해 일하시는 분이 아니시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연약함 가운데 하나님의 은혜를 의지하며 버티는 사람을 통해 자신의 뜻을 이루신다. 바울을 통해 일하신 하나님은 오늘 우리의 삶에서도 동일하게 일하신다. 연약하고 부족한 우리가 하나님의 손에 붙들릴 때, 하나님께서 우리의 불완전함을 넘어서는 사역과 역사를 새롭게 이루어 가실 수 있다는 사실, 이것이 우리의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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